S STORY
수명 위협하는 말초동맥질환,
막힌혈관을 뚫어라
혈관질환에서 암 같은 병, 말초동맥질환 치료의 권위자 고영국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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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판막 시술과 대동맥질환 치료의 명의이기도 한 고영국 교수(심장내과)가 말초동맥질환의 심각성을 언급할 때 등장한 단어들은 조금 무시무시했다. 판막이나 대동맥이야 단어가 주는 무게감에 정신이 번쩍 들지만, 말초동맥이라는 이름에 붙은 ‘말초(末梢)’는 왠지 그 병이 사소할 것 같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고영국 교수는 말초동맥질환이 환자의 30%가 5년 내 사망에 이르는 ‘혈관질환에서 암 같은 병’이라고 경고했다.
에디터 이나경 포토그래퍼 최재인
말초동맥이란 단어가 낯섭니다. 어디에 있는 어떤 혈관을 말하는 건가요?
넓은 의미에서 심장과 뇌에 있는 동맥을 제외한 나머지 동맥을 말초동맥이라 볼 수 있습니다. 좁은 의미에 서는 팔다리로 가는 혈관들을 말하고요. 문제는 혈관 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로 이 말초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힌다는 겁니다. 허벅지에 있는 대퇴동맥의 굵기는 5-8mm, 무릎 이하의 혈관은 2-4mm 정도 됩니다. 심장의 관상동맥보다 더 굵은 이 혈관들이 막힌다는 것은 그만큼 동맥경화가 오래 진행되었다는 의미고, 더 작은 다른 혈관들은 이미 다 막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심각한 겁니다. 말초동맥질환을 가진 환자의 절반은 관상동맥질환을, 30% 정도는 뇌혈관질환을 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주 위험한 상태라고 볼 수 있지요. 심한 경우, 혈관이 다 막혀 다리말단조직이 까맣게 변하고 괴사되어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괴사나 절단이라는 단어까지 나오니 무시무시 합니다. 그 정도로 위험한 질환인가요?
말초동맥질환이 모두 괴사나 절단으로 이어지는 건 아닙니다. 당뇨병 환자, 콩팥이 안 좋은 투석 환자, 고령, 지나친 흡연이 일상인 분들이 특별히 고위험군에 속합니다. 보통은 혈관이 막히면 약물과 운동을 통해 증상 이 심해지지 않도록 유지하거나, 막힌 곳을 뚫는 시술 또는 다른 혈관들로 혈류가 돌아가도록 수술을 합니다. 비유로 말하면 부산까지 갈 때 고속도로가 막히면 국도로 돌아가는 것과 같은 거죠. 괴사나 절단에 이르는 말초동맥질환 환자는 10% 정도인데, 앞서 말씀드린 환자 들은 아주 위험한 분들이므로 각별히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다리에 상처가 아물지 않아 괴사에 이르고 절단이 라는 끔찍한 상황에 이르게 되면, 결국 이분들은 다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수명이 단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최악의 결과로 경고하신다고 듣겠습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그전에 어떤 치료가 선행되나요?
'걷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말초동맥질환 환자들에게 일상적인 통증을 막고 다리의 괴사와 절단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시술이나 수술치료에 들어갑니다. 수술은 막힌 혈관을 대신할 우회혈관을 찾아 연결하는 것이고, 시술은 막힌 혈관을 뚫어 풍선이나 스텐트로 넓혀주는 거지요. 하지만 심장의 관상동맥과 달리, 다리의 말초동맥은 허벅지만 해도 길이가 30cm가 넘습니다. 거기에 전부 스텐트를 넣을 수는 없지요. 작고 고정된 심장과 달리, 다리는 움직임이 많고 근육도 많이 쓰기 때문에 혈관이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스텐트 시술의 효과가 좋지 않고. 재 협착도 잦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약물방출 또는 약물코팅 스텐트를 사용하면서 최근에는 결과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또 약물 코팅풍선으로 치료할 때 혈관 내 초음파를 같이하면 치료 성적이 훨씬 좋다는 저희 팀의 연구결과는 미국심장학회와 유럽심장학회에서 큰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시술이나 수술은 수월한 편인가요?
말초동맥질환은 진단도 중요하지만 시술이나 수술도 매우 중요합니다. 말씀드렸듯이 질환을 앓는 분들은 고위험군 환자입니다. 당뇨병이나 투석, 고령 같은 나쁜 조건을 안고 있는 분들이라 시술이나 수술의 예후에서 더 까다롭다고 할 수 있지요. 게다가 말초동맥질환의 시술이나 수술은 간단치 않습니다. 허벅지동맥 같은 경우에는 30cm 이상되는 막힌혈관을 뚫는데 2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관상동맥이 길어야 3-4cm 정도인것에 비해 뚫어야 하는 혈관이 훨씬 길어서 시간과 에너지가 더 필요한 것이죠. 그와 같은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고위험군 환자를 시술하거나 수술하는 만큼, 다양한 임상경험을 가진 의사를 만나는 것이 유리하다고 봅니다.
아무리 좋은 약을 먹어도, 또 운동을 많이 한다고 해도 막힌 혈관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말초동맥질환 환자들에게는 다리가 아플 때까지 걸으라고 운동 처방을 합니다.
그 통증이 자극이 되어 다른 혈관들이 더 굵어지고, 종아리근육도 더 단단해지기 때문입니다.
그것만으로도 다리의 통증은 많이 개선됩니다.
봄부터 의료계의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데도 교수님은 오히려 시술을 더 많이 하셨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저한테 오는 분들은 정말 어렵고 심각한 환자들 입니다. 그분들에겐 세브란스가 마지노선인 거지요. 저희가 안하면 갈데가 없는 분들인데, 어떻게 안 하겠습니까? 한번은 편지를 받았습니다. 너무 사랑하는 할머니를 치료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손녀가 보낸 편지였어요. 연세가 많은 할머니를 아무데서도 치료를 못 하겠다고 하는데, 제가 치료해서 통증이 많이 줄어 할머니가 좋아하신다며 감사편지를 보내왔더라고요. 여든이 훨씬 넘은 환자분이라 저 역시 부담스러웠지만, 환자가 느끼는 고통과 불편을 생각할 때 시술을 하기로 결정했고 다행히 결과가 좋았습니다. 그 후로는 고령일지라도 환자가 조금이라도 덜 불편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더 궁리하게 되었습니다.
의사로서 정말 보람을 느끼실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의사의 길에 서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인가요?
이길에 들어선지 25년 가까이 됩니다. 무엇보다 언제나 의사로 일하고 있다는 것에 굉장히 보람을 느낍니다. 말초동맥질환 환자들은 시술이나 수술을 받고 나면 치료효과를 눈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을뿐 아니라 환자본인도 느낄수 있습니다. 까맣던 다리 색깔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통증이 없어지거든요. 그럴때면 정말 보람을 느끼고 환자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쁘지요. 물론 모든 환자가 단번에 잘되는건 아닙니다. 어떤 환자들은 재발되어 여러번 시술해서 마음이 어렵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치료를 잘 받고 감사를 표하는 환자들을 볼때면 만족과 보람을 실감합니다.
끝으로 말초동맥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당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에서 여러 번 강조했지만, 말초동맥질환 환자들 중 당뇨병이 있거나 콩팥이 안 좋아 투석하시는 분들은 고위험군입니다. 이분들이 발에 상처가 나서 2주 이상 아물지 않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신호입니다. 그러므로 발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시고, 발에 통증이 있는지, 따듯한지, 상처가 있는지, 혈관 상태는 괜찮은지 자주 확인하셔야 합니다. 고령으로 생기는 병이므로 혈관 건강을 잘 지키기 위해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등도 잘 체크해야 하고요. 요즘 광풍이 불고 있는 맨발 걷기는 발의 감각이 많이 무뎌져 있는 당뇨병 환자들에겐 추천하지 않습니다.
명의의 특강
말초동맥질환
걸을 때마다 나타나는 종아리 통증, 관절도, 신경도 아닌 혈관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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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경화증 하면 대부분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심장질환을 떠올린다. 그러나 혈관 안에 쌓인 콜레스테롤과 염증은 심장혈관뿐 아니라, 팔다리의 동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글 고영국 교수(심장내과)
하지동맥이 심하게 좁아지거나 막히면 다리로의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다양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가장 전형적인 증상은 가만히 있을 땐 다리가 아프지 않다가, 일정한 거리를 걸으면 종아리에 조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고, 다시 걸음을 멈추면 증상이 나아지는 간헐적 파행이다.
동맥벽에 쌓인 콜레스테롤과 염증 말초동맥이 좁아지거나 폐쇄된다
동맥은 심장으로부터 우리 몸 구석구석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혈관입니다. 말초동맥이란 심장혈관(관상동맥), 뇌혈관, 대동맥과 같이 중심에 있는 동맥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동맥을 지칭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팔다리, 즉 사지의 동맥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말초동맥질환은 말초동맥이 좁아지거나 폐쇄된 상태로, 이러한 말초동맥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동맥경화증입니다. 동맥경화증이란 동맥벽 내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거나 다양한 독소에 의해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면서 동맥벽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는 것으로, 이러한 현상이 진행되면 동맥이 점점 좁아지다가 결국 막히게 됩니다. 고혈압, 당뇨병, 흡연, 고콜레스테롤혈증(고지혈증), 고령, 비만, 운동 부족 등이 동맥경화증의 주요 위험 인자로 꼽힙니다.
척추질환과 헷갈리는 통증 양상 발의 동맥 촉진, 혈류검사로 감별
그러나 걸을 때 다리에 통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말초동맥 질환에 의한 통증인 것은 아닙니다. 디스크나 척추강협착증 같은 척추질환에서는 신경이 눌리면서 척추 부위에 따라 허리 또는 다리가 저리거나 아프고, 감각 이상이 나타납니다. 이 경우에는 걸을 때 뿐 아니라 걷지 않아도 허리와 다리가 아프고,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또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거나 다리를 길게 펴기가 힘들고, 다리를 들어 올릴 때 다리가 당기는 자세에 따라 통증이 나타납니다.
또한 고관절이나 무릎관절의 이상으로도 다리의 통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때는 주로 통증이 관절부위에 국한해 나타나고, 관절을 움직일 때 증상이 더 심해집니다. 그 밖에 다리가 시리고 저리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실제로 진찰을 해보면 혈관문제가 아닌 경우가 흔합니다.
따라서 다리에 증상이 나타난다면 혈관 문제인지를 감별해 진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일 쉬운방법은 다리나 발의 동맥을 짚어보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사타구니(대퇴동맥), 무릎 뒤(슬와동맥), 발등(족배동맥), 안쪽 발목 부분(후정강 동맥)에서 동맥의 박동을 만질 수 있는데 여기서 맥박이 촉지 된다면 적어도 심한 말초동맥질환의 가능성은 낮습니다. 그 외에 발목과 팔혈압을 동시에 측정하는 혈류검사를 통해 발목 대비 팔 혈압의 비율(발목상완지수)을 구해 하지의 혈류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때 만약 하지혈압이 팔보다 낮다면 하지동맥의 폐쇄나 심한협착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CT, MRI, 초음파와 같은 영상검사로 진단할 수 있으며, 혈관 안으로 카테터를 삽입해 조영제로 혈관을 직접 촬영하는 혈관 조영술로 확진할 수도 있습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활동 불편한 환자 말초동맥 넓혀주는 수술 또는 시술
증상의 심한 정도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증상이 심하거나 활동이 불편할 경우, 특히 발에 상처 또는 괴사가 있는 경우에는 시술 또는 수술적 치료로 증상을 빨리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시술은 대부분 국소 마취하에 시행된다. 사타구니의 동맥내로 관을 넣고, 이관을 통해 철사를 넣어 좁아지거나 막힌 동맥 병변에 통과시킨 다음, 철사를 따라 풍선을 넣어 좁아진 혈관을 풍선으로 확장합니다. 필요에 따라 스텐트를 삽입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의료기기와 시술 기술이 발전해 많은 환자들을 시술로 치료하고 있습니다. 특히 약물코팅풍선이나 약물 방출스텐트가 도입되면서 시술의 치료 성적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하지만 동맥경화증으로 혈관의 석회화가 심한 상태라면 시술이 어려울 수 있고, 치료후 재발위험도 높습니다. 수술은 환자의 다리정맥이나 인조혈관을 이용해 막힌 혈관 대신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는 방법으로, 시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 개통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신마취와 피부 절개를 해야 하므로 시술보다 합병증 발생률이 더 높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술전> <시술후>
말초동맥질환이 있다면 동맥경화증의 위험 요인들을 줄이고 조절해야 한다.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금연하고, 혈압과 혈당을 철저하게 조절해야 한다.
또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혈관건강 지키기 위한 노력 운동, 금연, 혈압과 혈당 조절
말초동맥질환으로 인한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약물치료 및 운동요법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막힌혈관을 대신하는 측면혈관들이 생겨나도록 다리 운동을 충분히 많이 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운동은 종아리가 아플 때까지 걷는것이고, 그 외에 자전거타기, 수영, 하지근육운동도 좋습니다. 이러한 유산소운동을 하루 최소 30분, 일주일에 5회 이상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무엇보다도 말초동맥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동맥경화증의 위험 요인들을 줄이고 조절해야 한다. 말초동맥질환 환자들은 대부분 동맥경화증으로 인한 심장 및 뇌혈관문제로 사망에 이릅니다. 특히 말초동맥질환 환자의 5년 사망률은 30%에 육박하므로 매우 심각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흡연을 중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혈압과 혈당을 보다 철저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또한 동맥경화증의 주요 원인인 LDL 콜레스테롤을 적극적으로 낮추기 위해, 음식 조절과 함께 고지혈증 치료 약제 복용이 권고됩니다.
혈관질환 치료의 최고 전문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혈관중재술팀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은 오래전부터 심장 및 혈관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해온 최고의 전문팀입니다. 혈관질환 치료에서 많은 경험이 있으며, 심장내과와 심장혈관외과, 영상의학과,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가 함께 상의하고 협력해 중증의 혈관질환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임상연구들을 수행하고 그 성과들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ACC 미국심장학회에서 세브란스 혈관중재술팀이 하지동맥질환에서 약물코팅풍선확장술로 시술할 경우 혈관 내 초음파를 이용하면 치료 성적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며, 7월에는 유럽심장학회지에 이 연구 결과를 게재해 해외 학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고영국 교수
심장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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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세브란스병원> 2024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