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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퍼져나가는 식도암, 

적극적 수술로 생존율 높인다 

정교한 수술로 치료 희망 밝히는, 식도암 수술의 전문가 박병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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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암은 왠지 다른 암에 비해 생소한 느낌입니다. 

2024년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에 발생한 식도암은 3,044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1.1%를 차지했습니다. 폐암이나 위암, 대장암 등 수만 명 단위로 발생하는 질병에 비하면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매년 수천 명에 달하는 환자들이 식도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식도암은 병의 진행이 빠르고 림프절을 타고 주변 장기로 쉽게 전이되는 특성이 있어서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암을 발견했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아, 수술이 가능한 환자가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혹시 식도암은 위산 역류 때문에 발생하나요? 

서양과 동양은 식도암의 종류와 발병 원인에 차이가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잦은 위산 역류로 발생하는 선암이 흔한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에서는 편평상피세포암이 90% 이상으로 훨씬 많이 발생합니다. 편평상피세포암의 가장 명확한 원인은 흡연으로, 식도암 환자 중에 담배를 피우지 않는 분이 거의 없을 만큼 흡연은 식도암 발병에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분들은 흔히 폐암의 위험성만 생각하는데, 식도암과 구강암의 발병 위험도 상당히 높습니다. 그 외에 식도에 지속적으로 자극과 손상을 주는 요인, 예를 들어 음주, 아주 뜨겁거나 매운 음식 등도 식도암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성별 기준으로는 약 8대1로 남성의 발병률이 훨씬 높아서, 술·담배를 즐기는 60-70대 남성 환자가 많은 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식도암을 의심할 수 있나요? 

가장 흔한 증상은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가느다란 원통 모양의 식도 안쪽에 암이 발생해 자라면서 그 통로가 좁아져 음식물이 잘 안 내려가게 됩니다. 또 식도암은 성대신경 근처의 림프절로 전이가 잘되기 때문에 암이 성대신경을 누르면서 목소리가 변해 이비인후과를 찾았다가 식도암을 발견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가슴 통증, 암 출혈로 인한 토혈 등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러나 이러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종양이 상당히 커진 상태여서 예후가 좋지 않은 편입니다. 따라서 흡연력, 가족력 등이 있는 고위험군은 경각심을 갖고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습니다. 흔히 위내시경이라 불리는 상부위장관 내시경검사로 식도 점막을 직접 관찰합니다.


식도암도 아주 초기에 발견하면 위암처럼 내시경적 절제가 가능한가요?

식도는 가장 안쪽부터 점막, 점막하층, 근육층으로 나뉘는데, 암이 점막에 국한되어 있고 크기가 작다면 내시경 점막하박리술로 치료할 수 있습니다. 점막하층을 침범한 경우에도 기술적으로는 내시경 절제가 가능하지만, 이 경우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40% 가까이 이르기 때문에 수술치료를 시행합니다. 내시경 절제 후에도 병리검사에서 전이 위험이 높거나 점막하층 침범이 확인되면 수술 또는 항암·방사선치료를 추가합니다. 암이 근육층까지 침범했으나 3cm 이하로 크기가 작다면 곧바로 수술이 가능하지만, 근육층 바깥쪽까지 침범했거나 전이가 의심된다면 선행 항암·방사선치료 후 수술을 진행합니다. 수술 이후에도 재발 위험성에 따라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수술은 암이 있는 식도 부위만 잘라내면 되나요? 

식도암은 아무리 작더라도 수술할 때는 접합에 필요한 상부 식도 일부를 제외하고 전체를 절제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암이 있는 부분만 잘라내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식도는 남은 부분을 접합해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게다가 식도 전체가 담배나 술 등 발암물 질에 이미 노출된 상태이므로, 남겨놓은 식도에 다시 암이 발생할 위험도 있습니다. 실제로 식도암은 최대한 넓게 절제할수록 예후가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식도 전체는 물론이고, 암의 위치와 침범 정도에 따라 배, 가슴, 목 등 주변 림프절까지 광범 위하게 제거합니다. 이후에는 위를 기다란 원통 모양으로 만들어 식도의 기능을 대신하게 하는 식도재건술을 시행합니다. 식도의 앞쪽에는 기관과 심장, 뒤쪽에 대동맥, 양옆으로 폐가 위치해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좁은 공간에서 암절제와 식도재건술을 시행해야 하므로, 수술이 매우 까다롭습니다.


식도암 수술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식도암 수술은 전통적인 개흉술, 내시경 장비를 활용한 흉강경수술, 최신 로봇수술로 나뉩니다. 개흉술은 절개 부위가 큰 만큼 환자의 통증이 매우 크고,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요즘은 최소 침습 수술인 흉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을 주로 시행합니다. 다만 이전 수술력이나 방사선치료 등으로 흉강 내 유착이 있다거나, 암의 주변 장기 침범이 심한 경우, 선행 항 암·방사선치료로 암이 괴사되는 과정에서 식도 천공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안전하게 개흉술을 시행합니다.

 


로봇수술은 어떤 면에서 환자에게 유리한가요?  

흉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은 큰 절개 대신 몇 개의 구멍을 뚫어 내시경 또는 로봇팔을 삽입해 수술을 시행하므로, 환자 입장에서는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흡인성 폐렴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의 위험도 개흉술에 비해 유의미하게 줄어듭니다. 또 개흉술보다는 흉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이 림프절을 좀 더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특히 로봇은 좁은 인체 내부를 3D 화면으로 확대해서 볼 수 있고 로봇팔의 움직임이 자유롭기 때문에 더욱 정교한 수술이 가능합니다. 상부식도 주변 림프절의 절제 과정에서 목소리를 담당하는 성대신경이 손상되어 성대마비가 발생할 수 있는데, 로봇수술은 성대마비의 위험도가 가장 낮은 편입니다. 다만 로봇수술은 고가의 치료이므로 환자의 선호와 경제적 부담을 모두 고려해 수술 방법을 선택합니다. 연세암병원 식도암센터에서는 전체 환자의 1-2%가 개흉술, 10-15%는 흉강경수술, 나머지 85-90%는 로봇수술을 받고 있습니다. 


치료 과정은 고된 반면 예후는 좋지 않은 암이라 환자들이 더 힘들겠습니다. 환자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나보면, 암 부위만 떼어내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가 식도암 수술에 대해 듣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식도암 수술은 워낙 큰 수술이고, 내부 장기 구조가 크게 달라지니까 일상에서도 많은 변화를 겪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나 부정적인 후기만 보고 치료를 아예 포기하거나 민간요법에 의지하는 환자들이 더러 있습니다. 식도암 수술과 회복 과정은 힘들지만, 그 고비만 넘으면 잘 살아갈 수 있는 환자들이 지레 치료를 포기할 때가 가장 안타깝습니다. 쉽게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의료진에게 정확한 설명을 듣고 치료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수술만큼 관리도 까다로운 식도암, 이것만은 꼭 지키자! 

- 수술 후 급격히 떨어진 체력을 빠르게 회복시키려면 통증이 있더라도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특히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자. 

- 기존의 주머니 형태의 위가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먹는 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단백질 위주의 영양가 높은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중요하다. 체중이 적게 빠질수록 예후가 좋아진다. 

- 식도암 수술 후에는 위산 역류가 잦아진다. 역류 방지를 위해 음식을 먹은 후에는 절대 바로 눕지 말고, 녁식사를 가급적 일찍 끝낸다. 

- 사레에 자주 들리면 흡인성 폐렴의 위험이 높아진다. 모든 음식은 꼭꼭 씹어 삼키고, 삼킨 후에도 완전히 넘어갔는지 확인하고 한번 더 삼키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 담배와 술은 식도암의 가장 큰 적이다. 금연과 금주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박병조 교수 흉부외과

진료 분야 : 식도암, 폐암 

프로필 바로가기 


식도암과 폐암의 수술치료가 전문 영역이다. 

그는 “의사가 게을러지는 순간,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의 폭이 제한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특정 수술법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수술 술기와 최신 지식을 꾸준히 연마하고 연구하며, 더 나은 예후를 위한 길을 탐색한다. 

환자의 의학적 상황은 물론 선호와 경제적 형편까지 세심하게 고려해, 각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제시하는 것을 진료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환자 곁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환자 중심 의료를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월간 <세브란스병원> 2025년 7월호 

에디터 박준숙 포토그래퍼 최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