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료, ‘열심히’가 아니라 ‘제대로’ 받읍시다
“재활치료에는 ‘열심히’보다‘잘’이 더 중요합니다. 보통 신체능력에 넘치도록 운동을 하고 나면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게 마련입니다. 이제 그만하고 쉬라는 신호인데, 척수 손상 환자들은 그 기능이 망가진 상태입니다. 근육의 감각이 떨어져서 심한 운동을 한 뒤에도 아프지가 않아요. 하루 빨리 건강을 되찾고 싶은 마음에 더 열심을 내지만, 도리어 역효과를 보기 쉽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에게 운동을 열심히 하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전문가가 이끄는 대로 재활치료를 잘 받으라고 당부할 뿐이죠.”
심각한 사고였다. 밤길, 시속 80km로 맹렬하게 달려온 택시는 신지철 교수(재활의학과)의 몸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바닥에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 생기는 스키드마크조차 남지 않았다. 전임강사 발령을 받은 지 한 달 남짓 됐을 무렵이었다. 아프다든지 죽을지도 모른다든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앞만 보고 정신없이 달려온 탓일까? 희한하게도 이제 좀 쉬겠구나 싶은 마음뿐이었다. 솟구쳐 올랐으니 내동댕이쳐지고 몸뚱이가 바스러지는 게 남은 수순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기적 같은 일, 아니 기적이 일어났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렇게 살아계신 게 도리어 뜻밖이네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누군가 손을 내밀어 몸을 단단히 잡아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너무도 생생해서 죽는 날까지 잊을 수 없을 거예요. 실제로도 바닥에 패대기쳐지지 않았고요. 덕분에 다리뼈와 갈비뼈가 조각조각 부러지긴 했어도 심각한 머리 부상은 피할 수 있었죠. 사고를 조사한 경찰관도 이쯤이면 당연히 목숨을 잃었어야 하는데, 어떻게 살았는지 의아해할 정도였어요. 골절이 워낙 심해서 깁스를 할 수 있을 만큼 안정되는 데만도 넉 달이 걸렸어요. 그런 후에야 휠체어 신세를 면하고 목발에 의지해서나마 걷게 된거죠. 그때는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감사한 경험이었어요.
죽을 뻔한 사고가 감사한 일이었다고요?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
처음 목발을 짚고 일어선 날, 기념으로 함께 일하던 선생님이랑 나가서 밥을 먹었어요. 절뚝절뚝 한 시간 반을 들여서 식당을 오갔는데, 한여름 더위에 온몸이 땀범벅이 됐는데도 걷는 게 축복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환자가 어떤 존재고, 병원에 와서 의사에게 무얼 기대하는지, 의사가 어떤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하는지 뚜렷이 알겠더군요. 휠체어에 소변 줄까지 다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환자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요. 주치의가 아침에 와서 들려주는 한마디가 더없이 소중하다는 사실도 그때 배웠어요. 하나같이, 환자가 돼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었던 일들이죠.
“정확한 평가를 바탕으로 줄기세포, 로봇재활시스템, 그리고 아주 전문적인신경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조합한 프로토콜에 따라 치료가 착착 진행되는 시스템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환자를 보는 눈이나 진료철학도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 차츰 달라지는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10년쯤 지나면서, 의사는 어차피 좋아질 환자 곁을 지키며 거들어주는 동반자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다 몇 년 전부터는 환자가 아예 스승으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더 나은, 더 성숙한 의사를 만들기 위해 아픈 몸을 교과서로 내놓은 고마운 선생님들이라는 뜻이죠. 그렇다면 의사로서는 환자의 증상과 치료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스스로 바뀔 준비를 해야 할 겁니다. 의사는 신이 아니므로 치료 과정에서 오류를 범할 수 있는데, 그걸 덮으려들 게 아니라 원인을 파악해서 다른 환자는 정확하게 진료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이 쌓여야 이른바 명의도 나오는 거겠죠.
세브란스는 이제 자타공인 일등 재활병원이 됐습니다. 감회가 남다르시겠어요.
세브란스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습니다. 6층 건물의 절반을 차지하는 로봇재활치료실은 현재 세계적으로 나와 있는 로봇재활 장비 가운데 90% 정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제대로 설 수 없는 분에게는 보행훈련, 인위적으로 근육을 수축시켜서 보행 양상을 만드는 전기자극치료, 부분적으로 근육의 힘이 돌아온 분들에게 인공로봇을 달아 보행능력을 키우는 치료, 로봇워크를 장착하고 밖에서 돌아다니게 하는 훈련 등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수치료 시스템도 갖춰져서 비디오카메라와 트레드밀이 설치된 수영장에서 걷는 연습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척수 손상이 심해서 보조기를 쓸 여지마저 없었던 환자들에게도 재활의 길이 열린 겁니다. 가상현실이 결합된 치료 장비만 도입하면 모든 재활시스템을 갖춘 완벽한 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치료 체계의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거죠.
재활환자들이 너나없이 세브란스에서 치료받고 싶어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전국에서 찾아오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골고루 도움을 드리려면, 세브란스와 여러 대학병원, 재활병원, 재활요양병원과 요양병원이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환자를 주고받는 일종의 메디컬 트러스트 개념을 활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자가 찾아오면 일단 입원시켜서 환자의 상태와 회복 가능성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적절한 치료 계획을 잡습니다. 예를 들어, 건강 상태가 좋고 회복 속도가 빠르면 걸어서 집에 가는 걸 목표로 훈련 강도를 정하지만, 건강도 좋지 않고 회복 능력도 떨어지면 일단 쉬면서 몸을 만든 뒤에 치료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하는 거죠. 다음에는 환자들을 적절한 기관으로 보내 계획에 따라 맞춤한 훈련을 받도록 하고, 그 성과를 재평가해서 이후의 치료 방향을 재설계합니다.
다른 병원에 가서 재활훈련을 마치고 오라고 하면 적잖이 실망하는 분들도 있겠는데요?
입원을 시키면서 분명히 말씀드려요. “지금 하고자 하는 것은 재활치료가 아닙니다. 앞으로 마비가 좋아질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필요하며 그 뒤에는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 가늠해보자는 겁니다. 그러고 나면 얼마가 됐든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할 병원을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워하시지만, 대부분 잘 받아들이세요. 도리어 정확하게 이야기해주는 걸 속 시원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하지만 열에 한두 분 정도는 치료 계획을 듣고 몹시 서운해하십니다. 원하는 치료를 해주기는커녕, 어차피 못 걷게 될 테니 다른 길을 찾아보자고 권한다는 거죠. 그런데 그렇게 화를 내셨던 분들이 2-3년 지나 다시 찾아오곤 해요. 엄청난 치료비를 들였는데 큰 보람을 얻지 못했다는 하소연을 들으면 참 안타깝죠.
그런 일이 되풀이되면 지칠 법도 한데, 웬만해선 꼼짝 않는 강철 심장이라도 가지셨나 봐요.
세브란스병원 의사고, 특히 재활의학과 의사니까요. 커다란 부담을 지고 하루하루 힘겹게 싸우는 환자들을 늘 보고 살잖아요. 그러니 어떻게든 고민하며 돕는 게 당연하죠. 얼마 전에 만난 환자만 해도 그래요. 학교에서 행정 일을 하던 30대 초반의 남자분인데, 사고로 어깨 아래를 움직이지 못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시간이랑 돈을 낭비하지 말고 전동휠체어를 사자고 했어요. 장애인에게 친화적인 사회 환경을 가진 동네로 집도 옮기고요. 다행히 환자가 제안을 받아들였고 여기저기 도움도 받아서 완전 사지마비 환자로는 보기 드물게 일찌감치 집으로 돌아갔어요. 지금은 다시 직장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고요. 이런 게 재활이고, 재활의학과 의사의 보람이죠.
에디터 최종훈 포토그래퍼 최재인
명의의 특강│척수 손상 환자의 재활치료
'잘' 받아야 더 효과적입니다
척수 손상 환자의 재활치료는 손상 초기부터 환자 상태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시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경학적 회복 정도에 따른 전문적인 평가와 장단기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 신지철 교수(재활의학과) 포토그래퍼 최재인
기능 증진을 위한 치료
치료 계획 수립, 효과적 재활치료를 위한 첫걸음
척수 손상 환자의 재활은 정확한 평가에서 시작되며, 국제 척수손상학회의 진단 기준표(ISNCSCI) 2019년판에 근거해 신경학적 손상의 부위와 정도를 결정한다. 이렇게 측정된 운동신경 손상 부위를 기준으로 재활치료를 실시할 경우 예상되는 기능적 수준 및 이를 기준으로 치료 목표를 결정한다. 이때 손상 부위 외에도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완전 손상을 기준으로 치료 목표를 세우되 불완전 손상의 경우에는 손상 정도, 근력의 회복 시기 및 경직 정도 등을 평가한다. 연령, 체중, 경직, 합병증, 동반 손상, 발병 전 운동 참여 정도, 동기, 경제적 요인 등 다른 변수도 고려해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운동 완전 손상의 경우에 상기의 여러 요인을 고려한 치료 목표가 설정되면 이를 중심으로 1-2주 동안의 단기 치료 계획, 6-8주 동안의 중기 치료 계획, 그리고 재가요양이 가능한 시점에서의 장기 치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때 휠체어 수준에서의 독립적 활동이 가능한 제7경수 손상 환자를 중심으로, 그 이상의 손상일 경우에는 보호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동시에 보호자의 노력 정도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재활치료가 진행되어야 하며, 그 이하의 손상일 경우에는 수부 기능을 포함해 휠체어 생활은 물론 보행까지도 고려한 재활치료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불완전 손상의 경우에는 마비의 회복 정도에 맞춰 계속 치료 목표를 수정해야 하는데, 특히 마비에서 회복되는 근육이 적절히 사용될 수 있도록 신경-근육 재교육 훈련과 근전도를 이용한 생체제어(biofeedback)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후 근력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근력 증진 운동을 실시해야 하며, 지구력 증진을 위한 치료도 같이 시행해야 한다.
전문의의 적절한 치료 처방과 감독으로 안전한 재활
이러한 근력과 지구력 증진 치료는 기능 훈련 전에 반드시 실시해야 하며, 근력과 지구력의 향상에 따라 기립 및 보행 훈련도 현가장치, 보행풀 혹은 로봇보행치료를 이용한 보행 전 훈련에서 보조기 및 보행보조기구를 사용한 보행훈련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이러한 재활치료 과정에서 기능적 향상만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체간 조절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행을 시도하거나 과사용(overuse)하게 되고, 이로 인해 근육과 관절의 손상이 자주 발생하므로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적절한 치료 처방과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
척수 손상 환자가 다시 사회와 가정으로 복귀하는 시기의 결정은 재활치료를 시작할 때부터 환자, 보호자와의 면담을 통해 의논해야 한다. 물론 복귀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퇴원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기능 재활을 위해 필요한 기간, 재활치료 후의 기능 상태 등을 예상해 치료하는 병원에서의 기간 및 목적, 전원해야 할 병원의 종류, 사회와 가정으로의 복귀 시기, 그리고 복귀 시기에 준비해야 할 것 등을 결정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능적 재활이 끝난 후에는 가정과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사회사업사의 도움을 받아 가옥 구조 변경, 교통수단 결정, 스포츠 및 여가활동 결정까지 재활치료가 담당한다. 통상적으로 재활치료를 중단해야 할 합병증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손상을 입은 후 약 6-12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재활치료 과정에서 기능적 향상만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체간 조절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행을 시도하거나 과사용하게 되고, 이로 인해 근육과 관절의 손상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재활의학과 전문의의 적절한 치료 처방과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
불완전 손상, 신경학적 회복과 재활 고려한 단계별 치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은 그 어떤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척수 손상 환자의 경우 20년 전만 해도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젊고 건강한 20-30대 남자 환자의 완전 척수 손상이 가장 많은 사례였으며, 이에 따라 재활치료의 시기와 기간을 급성기, 아급성기, 만성기 재활로 구분해 적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이러스 감염, 자가면역질환, 혈관성 질환, 악성 혹은 양성 종양 등 다양한 손상 원인, 소아부터 노인까지 광범위한 연령군, 척수 손상 발생 전 기존 척추질환의 영향, 사지의 관절질환,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신장병 등 여러 질환으로 인한 건강 문제까지, 너무나 다양한 변수들이 재활치료의 과정과 결과에 영향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원인에 의한 척수 손상 환자는 주로 불완전 손상이 많으며, 외상 환자 또한 초기 응급치료 체계의 개선과 수술법의 향상으로 최근에는 불완전 손상이 절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완전 손상의 경우에는 신경학적 회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손상을 입은 초기부터 확실한 재활치료 목표를 수립해 계획된 재활치료를 하고 그 성과와 기간을 예측할 수 있는 편이지만, 불완전 손상의 경우에는 신경학적 회복을 위한 치료가 우선 시행되어야 하므로 재활치료의 시기와 기간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불완전 손상을 받은 환자들의 재활치료는 보통 5단계로 진행할 수 있다. 5단계 재활치료가 모든 척수 손상 환자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치료 기간을 통해 반드시 이러한 각각의 치료 단계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자전거 사고로 불완전 경수 손상을 입은 환자의 경우, 1단계 재활치료를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에서 시행하고, 2개월 후 재활전문병원으로 전원해 체중 증가, 경직 조절, 근력 및 지구력 증가 등을 목적으로 3개월간 재활치료를 받았다. 이후 세브란스 재활병원에서 신경학적 회복 정도를 재평가한 후 일상생활 수행에서의 의존도 감소, 보행 전 단계의 재활치료를 2개월간 받았고, 지속적으로 신경학적 회복이 진행되어 다시 재활전문병원에서 보행 전 단계의 재활치료를 5개월간 받았다. 그다음에 다시 세브란스 재활병원에 입원해 보행훈련을 받고 실내보행이 가능한 상태에서 재활전문병원으로 전원해 3개월 치료 후 부분적으로 실외 보행이 가능한 상태에서 통원 치료를 하고 있다.
이렇게 손상을 입은 초기에 향후 예후에 대한전문적인 평가와 장단기 재활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재활치료의 목적과 내용을 전원하는 병원과 공유한 상태에서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재활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완전 손상의 경우에는 신경학적 회복을 위한 치료가 우선 시행되어야 하므로, 재활치료의 시기와 기간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불완전 손상을 받은 환자들의 재활치료는 손상을 입은 초기에 예후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와 장단기 재활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단계별로 치료를 진행한다.
변화된 생리 이해 및 합병증의 예방과 관리
척수 손상이 발생하면 마비된 부위는 매우 다양한 생리적 변화가 나타나며, 이러한 변화된 생리에 대한 이해는 합병증 예방을 위해 필수다. 따라서 재활치료 기간에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재가요양에 대비해 호흡재활치료, 체위성 부종을 방지하기 위한 여러 보조요법, 관절운동 범위를 유지하기 위한 운동, 근력과 지구력의 유지 및 증진을 위한 운동, 체중 조절을 위한 유산소 운동, 욕창 방지와 조갑증을 예방하기 위한 발톱 관리를 포함한 피부 관리법, 골다공증의 방지 및 심혈관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기립 방법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충분한 교육이 시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척수 손상 환자의 과다한 약물 복용량을 줄여주고 효과적인 관리를 돕기 위해 경직과 통증에 대한 병태생리의 이해 및 관리법에 대한 교육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상적인 감각이 없어진 척수 손상 환자에서 고열이 나는 경우에는 상기도 감염, 요로감염, 심부정맥 혈전증, 이소성 골화증, 욕창 주위의 농양 등이 원인일 수 있으며, 그 외에 변온증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미리 교육해 지나친 항생제 치료를 피하도록 해야 한다.
또 마비된 양쪽 하지의 부종은 주로 체위성 부종에 의한 것이므로 적절한 예방 조치를 교육해야 하며, 국소 부위의 종창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심부정맥 혈전증, 이소성 골화증, 혈종, 농양 혹은 골절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다.
이상적 신체 상태 유지
최근 손상된 척수의 재생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 결과들이 보고됨에 따라 척수 손상인의 재활치료에서도 향후 척수 재생에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능적 측면만 강조하면 휠체어 수준에서의 독립적 생활을 위해 상지에 과도한 부하가 지속됨으로써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동휠체어의 사용이 권장되고 있으며, 기능적 전기자극치료를 통해 마비된 근육의 건강한 신경 생리 상태를 유지하는 것, 또 척추 측만증이나 고관절 변형과 같은 근골격계의 변형을 예방하는 것이 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리고 근육과 골조직의 위축과 퇴행을 방지하기 위해 경직의 유지 및 지속적인 기립운동 등을 시행해야 하며, 지속적인 물리치료, 유산소 운동 및 기능적 전기자극치료를 통해 비정상적인 동작 패턴과 위축을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척수 손상인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는 필요한 치료법이며, 척수 손상인의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료인에게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최근 척수 손상 환자의 재활치료가 ‘개인별 맞춤식 목표 설정’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다양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시술 전후 예상되는 문제점까지 충분하게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줄기세포 치료가 무분별하게 진행된다면, 의도하지 않았던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급성기 환자에서 치료 효과가 증명되어야 할 텐데, 현재까지는 성체간엽 줄기세포 치료는 효과가 없으며, 신경줄기세포 치료 등의 새로운 치료는 아직 임상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활치료의 핵심은'잘' 치료받는 것
일반적으로 척수 손상으로 인해 마비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 열심히 치료를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기 쉽다. 그러나 척수 손상 환자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있어서 운동보다는 안정을 취하기 위해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같은 상태라고 이해해야 한다. 따라서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다. 또 척수 손상 전에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다가 갑자기 재활치료를 열심히 하면 치료 효과보다는 다양한 합병증이 발생해 상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1-2년의 장기간 재활치료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재활의학 치료팀의 도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