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STORY 

그들도

숭고하게 살아가는 존재로

회복해야 합니다.

조현병 환자들이 자기 삶을 회복해 살아가도록 돕는 안석균 교수



2012년 이후 정신분열증이란 병명이 사라진 자리엔 ‘조현병(調絃病)’이라는 새 이름이 올라왔다. 그 이름이 주는 부정적 편견과 낙인을 없애기 위해 관련 학회, 환자와 보호자가 노력한 결과다. “줄(현)을 고른다”라는 뜻을 가진 이 이름은 국문과 교수가 이 병을 공부한 끝에 내놓았다. 조현병 환자는 마음의 줄을 고르는 중이다. 안석균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거기에 덧붙여 숨은 뜻 하나를 더 알려줬다.

“염화시중의 미소는 대표적으로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것을 말하잖아요. 그것도 조현이라고 한답니다. 그런데 그 조현이 안 되면 병이겠죠. 조현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에디터 이나경 포토그래퍼 최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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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를 만나는 교수님이 설명해주시는 조현병은 어떤 병인지 궁금합니다.

누군가 초콜릿을 주었을 때 ‘내가 얼마나 없어 보였으면 초콜릿을 주었을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행동에 부정적인 의미를 더 많이 부여하는 거죠. 계속 그렇게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그 사람은 점점 더 우울해질 겁니다. 또 과거에 창피를 당했던 일, 무언가 부족해서 문제가 되었던 일화들이 더 많이 떠오릅니다. 주변에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고, 마음의 끝자락에 있어야 하는 일이 마음의 중심을 차지하게 됩니다. 또 어떤 변화의 출처가 나의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기인한 것이라 여깁니다. 그러면서 의심과 경계가 생기고 이를 넘어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조현병이 되기도 합니다.



조현병 환자들이 경험하는 것들에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나요?

조현병 환자마다 다른 경험을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내부와 외부를 나누는 경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는 경계에 대한 생각이 보통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예를 들어 옆의 환자가 수액을 맞으면 그 수액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고 감각합니다. 나와 외부의 경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또 보통은 어떤 경험들이 일정하게 부합하면서 ‘나’가 만들어지고 정체성이 생깁니다. 그런데 조현병 환자들은 매 순간의 경험들이 쪼개져 있습니다. 그 경험들을 통합할 인지능력이 없기 때문에 하나의 정체성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체성을 갖더라도 부정적으로 형성되거나 왜곡되죠.



들으면 들을수록 조현병은 어려운 질환인 것 같습니다. 조현병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내가 하지 않은 경험을 누군가 자신에게 투입했다고 믿는 자기로부터의 소외, 자신이 생각하지 않은 것을 자신에게 집어넣었다고 생각하는 사고 주입, 그 외에 망상, 환청, 환시, 와해된 행동과 언어 등이 조현병의 대표적인 특징들입니다. 내 생각이 나의 외부에서 일어난다고 믿는 경계의 소실, 생각의 중심과 배경이 뒤바뀌는 증상, 기억의 왜곡이나 생각의 왜곡 등으로 일어나는 결과들이죠.

그래서 누군가 내 머릿속에 칩을 심어서 도청을 하고 있다든가, 거대 기업이 내 눈에 감시 카메라를 넣어서 나를 24시간 감시한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하는 겁니다. 어떤 환자들은 긴장증을 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걸으면 지구 반대쪽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사는 누군가의 머리가 울리니까 살금살금 걸었던 환자가 긴장증의 한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쾌감이 결핍된 무쾌감증, 표정의 변화가 결여되는 감정 표현의 둔만, 평소의 일상활동이 줄어드는 무의욕증 같은 음성증상도 있습니다.





조현병 환자들이 겪는 이런 문제들이 생기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조현병 환자가 경험하는 것들이나 보이는 증상은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교란에서 비롯됩니다. 도파민이 필요한 시점에 적절한 양으로 분비되어야 하는데, 조현병은 그 질서가 깨져 있습니다. 뇌세포의 활동은 전기신호로 이루어지고, 뇌세포의 연결을 통해 우리는 생각하고 활동하며 감정을 느낍니다. 이 과정에서 신호 전달을 조율하는 도파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조현병의 증상들이 나타나는 거죠. 도파민이 병인과 관련되어 있다는 건 분명하지만, 아직 그 외의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는 해결되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조현병 환자들이 먹는 약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관련된 것들이라 약을 먹으면 앞에서 말한 증상들이 없어집니다.



증상이 없어지면 치료가 되고, 조현병과는 결별할 수 있는 건가요?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렸다고 생각합니다. 창피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취직도 결혼도 못 하고 그야말로 B급 인생을 살게 될지 모른다는 매우 부정적인 앞날을 그립니다. 그래서 진단이나 치료도 굉장히 조심스럽죠. 당신이 겪는 일들이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데 그것들이 없어지길 바라는지 물으면, 환자들은 모두 그렇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이렇게 해보자고 제안하면서 치료를 시작합니다. 그러고는 100명 중 70명은 약을 먹으면 증상이 사라진다, 하지만 약을 끊으면 1년 내에 100명 중 80명은 재발한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강조합니다.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주는 거죠. 저는 약을 5년 드시라고 권합니다. 약을 끊더라도 병원에는 석 달에 한 번, 나중에는 1년에 한 번은 나오시라고 말합니다.



환자도 힘들겠지만 가족들의 삶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족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주시나요?

누군가 자신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는 환자의 하소연에 누가 널 감시한다고 그러느냐는 식으로 대응하면 서로 마음만 상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과정을 들어보고 가능하면 그걸 이해하려는 지식이 필요합니다. 조현병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갖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거기에 이야기하는 기술 등을 갖추면 더 좋겠죠.

“형은 누군가 너를 감시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누군가 너를 감시한다고 생각하면, 불안하고 걱정이 돼서 경계하게 되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 이런 식으로 환자의 주장을 가정과 그 가정이 사실인 경우에 보이는 감정 및 행동 반응으로 구분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가정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요. 가족이 와서 교육을 받으면 좋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쉽지 않아 다투게 되곤 합니다. 저는 환자랑 가족이 말로 싸우기 시작할 때 그 자리에서 “스톱” 하고 20분 산책을 권합니다. 부부 싸움도 그렇듯 20분 산책하고 오면 마음도 태도도 조금은 달라지잖아요.



조현병 환자들을 위해 교수님의 역할이 더 절실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조현병 환자들이 기본적으로 겪는 경험들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환자들이 생각하는 오류를 치료하는 인지행동치료가 나와 있습니다. 또 조현병이 되기 전 단계에 해당하는 정신증 고위험군이 있는데, 이들을 위한 인지행동치료도 있습니다. 조현병 환자와 정신증 고위험군의 인지행동치료는 제가 프로그램을 개발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남은 과제 또한 조현병 환자의 자기 경험 손상에 대한 치료 매뉴얼을 만드는 겁니다. 이건 누구도 만든 적이 없는 프로그램이라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아무리 오래 수련을 받는다 하더라도 교과서에 적힌 내용을 조현병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어요. 내과는 교과서대로 치료하면 되는데, 이쪽은 그게 안 됩니다. 교과서 내용을 실제로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고민과 번역의 능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환자용, 전문가용으로 나누어 매뉴얼을 만들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명의의 특강

조현병 환자의 주관 경험

의식의 작동 과정을 알면

조현병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조현병 환자의 행동이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인간의 의식이 작동하는 과정을 알면 환자의 주관적 경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안석균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우리의 의식 속에는 외부와 내부에서 온 정보들이 계속 흘러간다. 정보들은 정보 자체의 특성과 익숙한 정도, 맥락-관련성에 따라 의미와 가치가 달라지고 의식의 중심에 위치할지, 끝자락에 위치할지가 결정된다.


의식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

의식이란 자신의 내부 혹은 외부의 대상, 상황 및 사실에 대해 알고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의 의식 속에는 지각을 통해 외부로부터 온 무언가와 기억 같은 내부의 어떤 것이 들어와 계속 흘러갑니다. 그리고 이 의식은 하나의 주체에 의해 점유되어 있습니다. 즉 다른 사람이 내 의식 안에 들어올 수 없으며, 의식의 내용을 알 수도, 조작할 수도 없습니다. 또 의식의 안을 들여다보면 투명하게 드러나고, 그 방식은 비공간적입니다.


다시 말해 의식의 내용은 추론될 필요 없이 즉각적이고 직접적으로 주어지며, 어떤 특정 공간에 위치한다는 식으로(예 : 착한 생각은 머리의 왼쪽 앞 아래쪽에 있다) 인식되지 않습니다. 의식의 내용은 외부와 내부에서 온 정보들로 채워집니다. 외부에서 온 정보는 보통 눈, 귀 등의 감각기관을 통해 감각하고 지각한 외부 세계이고, 내부에서 비롯된 정보에는 신체 상태, 정서 상태, 충동, 이미지, 과거 기억, 개념과 의미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많은 삼라만상 중 어떤 것은 지금 여기서 의식의 중심이 되고, 또 어떤 것은 의식의 끝자락에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의식의 중심을 차지해 우리 머릿속의 주된 생각이 되는 것은 어떤 정보이고, 의식의 끝자락에 있어 인식되지 않는 정보는 어떤 것일까요? 주로 정보가 부각될수록, 또 우리의 생존에 의미와 가치가 높을수록 그 정보는 의식의 중심이 됩니다.



생존-가치가 높을수록, 새로운 정보일수록

우리 의식 속에 들어오는 정보의 중요성과 의미, 가치는 몇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됩니다. 

첫째, 정보 자체가 가진 고유의 특성에 달려 있습니다. 눈앞에 맛있는 케이크, 그리고 연필과 메모지가 놓여 있다면 케이크가 눈에 더 잘 띄고, 지금 여기서 의식의 중심을 차지할 것입니다. 길거리에서 마주친 유명 연예인, 지저분한거리 속 쥐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정보의 고유한 특성이 우리의 생존에 의미와 가치가 있는 경우, 즉 중립적이기보다는 정서 가치가 높을 때 그 정보가 의식의 중심에 강하게 자리합니다. 


둘째, 정보가 우리에게 얼마나 익숙한지도 정보의 가치에 영향을 끼칩니다. 익숙한 정보보다는 새로운 정보가 더 부각됩니다. 매일 다니는 거리, 나의 사무실과 책상, 우리 집과 같이 늘 보아오던 익숙한 정보는 의식의 끝자락에 있는 반면, 낯선 사람이나 못 보던 꽃, 방에 놓인 모르는 택배 상자 등 새로운 정보는 의식의 중심을 차지합니다.


맥락-관련성이 클수록 의식의 중심으로

셋째, 맥락-관련성도 의식 속으로 들어오는 정보의 중요성과 의미, 가치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같은 정보라도 그 의미와 가치는 맥락-관련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외부환경 맥락 주어진 정보가 외부환경 맥락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따라 정보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집니다. 연휴에 집에서 늦잠을 자다가 부엌 쪽에서 “땡그랑” 소리를 들었다면, ‘엄마가 아침식사 준비를 하다가 그릇을 떨어뜨렸구나’ 하며 편하게 있을 것입니다. 반면, 밤에 가로등이 없는 어두운 길을 가는데 저쪽에서 “땡그랑” 하는 소리를 들으면 ‘뭔가 해로운 것이 있나?’라고 생각해 한동안 경계할 것입니다. 즉, 같은 소리에도 지금 여기의 외부환경 맥락에 따라 정보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져서 의식의 중심에 강하게 자리할지, 끝자락에 머물지가 결정됩니다.


신체 상태 맥락 주어진 정보가 자신의 신체 상태에 얼마나 부합하는지에 따라 정보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힘든 등산을 하고 내려오다가 길거리에서 팔고 있는 음료수를 보았다면, 목이 마른 우리의 마음에 음료수가 곧바로 들어와 의식의 중심에 위치할 것입니다. 그러나 카페에서 콜라를 마시고 나올 때는 가판대 위의 음료수를 보더라도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을 것입니다.


마음 상태 맥락 자신의 마음 상태/마음가짐, 즉 정서 상태나 동기 혹은 의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정보의 의미와 가치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집중이 잘된다면 주변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소곤거리는 소리와 의자 끄는 소리, 형광등에서 나는 잡음, 책상 위의 캔커피 등은 의식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지금 공부하는 책 속의 내용이 의식의 중심을 차지하게 됩니다.


또한 내 마음속 정보(장기기억)도 마음 상태나 마음가짐 맥락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의식에 올라오는 정보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지금 여기서 영어 숙어를 외우고 있다면, 이 숙어가 내 마음속에서 맥락이 되어 장기기억으로부터 다른 비슷한 숙어(‘어, 이 숙어는 이런 뜻이었는데?’)가 떠오를 가능성이 수학 공식이 떠오를 가능성보다 더 큽니다. 최근에 겪은 일도 마음에 반향을 남겼다면 내 마음속에서 하나의 맥락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친구 결혼식에 갔다 온 사람이라면 작년에 헤어진 이성친구와의 추억이 자주 떠오를 수 있습니다. 친구 결혼식이 ‘나도 결혼할 나이가 됐구나’라는 반향을 남겨 마음 상태/마음가짐 맥락이 됨으로써 헤어진 이성친구에 대한 생각과 기억이 의식으로 올라오는 것입니다.


과거 경험 맥락 주어진 정보가 과거 경험에 얼마나 부합하느냐에 따라서도 정보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집니다. 과거에 주변으로부터 비웃음을 많이 당했던 사람은 건물 복도에서 마주친 동료의 애매한 미소가 계속 마음에 걸리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반면 과거에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은 동료의 미묘한 미소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가던 길을 갑니다. 같은 미묘한 미소라도 과거 경험 맥락에 따라 정보의 가치와 의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그 정보가 의식의 중심에 올 수도 있고 끝자락에 갈 수도 있는 것이죠.


앞선 정보 맥락 지금의 정보가 앞서 있었던 정보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도 정보의 의미와 가치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작문 시간에 어제 반려견과 놀았던 일을 한 줄 적었다면, 다음 줄에는 앞선 문장이 맥락이 되어 반려, 개, 놀이, 재미, 놀았던 장소 등과 관련된 내부의 정보가 어제 저녁에 본 드라마의 한 장면보다 의식의 중심에 떠오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글을 읽는 다른 사람도 이 연상의 흐름을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기에, 다른 내용이 나왔다면 이를 알아차리고 글이 옆으로 샌다고 이야기합니다.


규칙 맥락 의식으로 떠오른 정보가 모든 사람에게 굳어진 규칙에 부합하는지에 따라 그 정보의 의미와 가치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나는 밥을”까지 이야기했다면, 다음에는 “먹었다”는 단어가 떠오를 가능성이 “신었다”는 단어가 나올 가능성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앞부분(“나는 밥을”)이 맥락이 되어 다음에 의식으로 떠오를 정보를 결정한 것입니다(“먹었다”와 “신었다” 중 “먹었다”가 “신었다”를 물리치고 의식의 중심에 떠오른다).



의식의 작동 기저에 있는 도파민 신호 전달

이처럼 우리의 의식에 들어오거나 떠오른 정보는 그 자체가 지닌 고유 특성, 익숙한 정도, 외부환경 맥락과 내부환경 맥락에 따라, 혹은 이 요소들의 조합에 따라 중요성과 의미, 가치가 달라져 의식의 중심과 끝자락 중 어디에 머물지 결정됩니다. 이 결정 과정에 우리의 머릿속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합니다. 외부환경 혹은 내부환경으로부터 어떤 정보가 주어졌을 때 머릿속에서 도파민 신호 전달이 증가하면 그 정보는 의식의 중심에 오게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의식의 끝자락에 위치해 배경으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도파민 신호 전달 과정에 오류가 생기면 일반 적으로 배경이 되는 정보에 도파민 신호 전달이 증가하고 의식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그 정보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게 됩니다. 평소에는 배경에 불과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정보가 머릿속 중심을 차지하면서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주는 정보가 되는 것입니다.


도파민 신호 전달의 오류, 조현병

조현병은 주로 맥락-관련성을 결정하는 기능의 문제로 인해 도파민 신호 전달 과정에 오류가 생기는 병입니다. 조현병이 발병한 사람이 지하철을 탔을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전에는 배경에 불과했던 사람들의 표정, 자세, 손짓 등이 의식의 중심에 위치하고 의미를 갖게 되면서 ‘사람들은 내가 마음속으로만 생각한 것을 알고 있다’ 혹은 ‘사람들이 내 생각이 맞거나 틀리다고 가르쳐준다’는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이 착각이 발전하면 사람들이 나를 감시하고 주시한다거나 내가 어떤 곤란한 상황에 놓여 있어 나를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망상에 빠지고, 이것이 다른 사람 들에게 뜬금없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죠.